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번아웃

카카오 사태와 티스토리라는 근사한 핑계의 번아웃

by LifeFrom 2022. 10. 21.

번아웃이 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 번아웃이 온 것은 10월 8일 즈음이었다. 어찌 열심히 달린다 싶었던 블로그 기록은 카테고리 설정에 따른 낮은 수익률과 번번이 통과되지 않는 2차 블로그 애드센스 신청이 또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원래부터 활활 타오르고 금세 싫증을 느끼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던 나에게 번아웃이 찾아오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추가로 생긴 변화라 하면 주요 업무가 늘어 유일한 취미생활인 게임을 접어야 했다. 일, 블로그, 투자 및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게임까지 하기엔 너무 벅차서 결국 취미생활을 떼어 낸 것. 게임을 정리하며 판매한 아이템으로 목돈이 생겼다. 그리고 그 돈을 그동안 눈여겨봤던 주식에 투자했다. 이 험한 장에 수익이 12%가 났다. 밖에서 한 달을 고생하며 버는 돈을 일주일 상간에 벌어버리면 허영심이 샘솟게 된다. 왜 고생해서 돈 버는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모든 계획을 멈추고 도박처럼 빠져들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장기침체 하락장에선 반짝 상승은 짧고 긴긴 하락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반짝 상승을 끝내고 다시 하락의 지루한 긴 장을 맞이하면서 세상은 여러 분석을 내 놓았다. 엔화가 149를 넘으면 나라가 무너질 정도의 리스크가 생기는데 150을 넘겼다던가 영란은행 총재가 사퇴하고 영국 총리도 사퇴를 했다는 것, 혹은 여전히 우러 전쟁의 위험과 미국의 중간선거로 증시는 오락가락 경기는 끝도 없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분석들이 난무했다. 

 

글을 쓰면서 참 한심하다, 우습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매우 "평범한 인간"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런 의식의 흐름 또한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 업무를 제외한 부수적인 수입에 관한 열망을 그득하지만 도전하고 부러지고 도전하며 부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블로그 400개의 포스팅을 끝내고 나도 그 수익을 한번 벌어보자 했다가 갑자기 주식이 수익이 크게 나면서 조금 더 주식 쪽으로 욕심을 부렸다가 주 업무가 바빠지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었다가 그렇게 번아웃 상태로 무려 이주일을 흘려보냈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불타다.

 

핑계는 있다. 사실 나의 번아웃은 일주일이면 끝나고 원상태를 회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불탔다. 정확히 말하자만 카카오 데이터 센터가 있는 SK 데이터 센터가 불이 났는데, 마침 내년이나 후년이면 완공될 카카오 데이터 센터를 생각하며 "네이버처럼 데이터 이원화"를 시키지 않은 카카오는 혼자 독박을 맞았다. 

 

"카카오 먹통" "데이터 센터 압수수색" "보상금 7,550원" 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나온 "라이온하트 3월에 재상장 심사 예정" 이 눈에 띄었다. 국민을 위한 무료 서비스라고 하고 매출액 6조 1,367억에 당기순이익만 1조 6,462억을 내는 거대한 IT회사가 돈에 눈이 멀어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카카오 이런 식의 쪼개기 상장을 해서 욕을 어마어마하게 먹는 와중에 라이온하트 상장을 감행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에 "브랜드 신뢰" 자체가 사라진 카카오가 불까지 나서 먹통이 되니 이뻐 보일 수 있는가. 불이 나게 된 SK가 더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의 카카오 이미지 + 늦장 대응은 모든 국민이 카카오에 등 돌리는 효과를 내게 만들었다.

 

물론 그래도 사용을 할 것이다. 이미 편하게 익숙해진 시스템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티스토리 먹통"은 여러모로 나의 번아웃에 큰 핑계를 선사했다. 티스토리 먹통은 약 4일이 지난 후 일부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 앱에서 연동되는 티스토리 접속은 번번히 오류가 생긴다. 그리고 1순위 검색으로 나왔던 내 글들은 전부 밀려났다. 접속수가 절반 넘게 줄어버렸고 나는 번아웃 상태였다. "아 몰라. 손 놓자."라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나약한 "평범한 인간"인 나에게 "엎친데 덥친격"인 상황은 번아웃과 함께 블로그 방치의 좋은 이유를 제공해 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한 달 데이터 이용료 + 도메인 비용 대략 3만 원을 들여 처음부터 웹사이트를 만들어 광고 수동 배치부터 홍보까지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다. 구글 애드센스를 무려 "플러그인 기능"을 활용해 편하게 달 수 있는데 클라우드 비용까지 무료인 티스토리를 버리고 유명한 윅스나 다른  곳으로 가기엔 일이 너무 많다. 그리고 번번이 번아웃에 걸리는 내가 매달 내는 이용료를 감안하고 이동을 한다는 것도 참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 나는 티스토리 먹통에 보상금(당연히 없다.) 따위는 상상도 못하고 그저 다시 이 무료 블로그가 무사히 데이터 손실 없이 오픈된 것에 감사하며 이 주간의 긴 방황을 끝내고 복귀했다. 번아웃 기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하니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더 많은 책을 뒤적거렸다. 계속 "일어나야 해, 다시 시작해야 해" 망령과 함께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렇게 상실된 의욕의 끝을 붙잡은 것인지 아님 이미 놓쳤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쌓은 채 돌아왔다. 

댓글